에디터 추천
데스 스트랜딩이 바꾼 우리 부부의 인생, 세상 밖으로 나온 아내의 첫걸음
데스 스트랜딩이 바꾼 우리 부부의 인생, 세상 밖으로 나온 아내의 첫걸음
데스 스트랜딩 덕분에 구원받은 우리 부부

우리는 30대 초반 부부고 와이프는 히키코모리 중증이라 1년째 집에서 안 나오고 있었음.
현관을 여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그 밖으로 나오기를 무서워해서
원래 하려고 했던 이사 계획도 다 없애고
폐인처럼 집에서 살았어.
와이프는 보건교사였는데 일을 관뒀기 때문에 수입은 나 혼자서 충당했지만,
2명 살기에는 모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와이프가 세상 밖으로 나오길 마냥 기다리기만 했던 것 같음.
악화되는 줄도 모르고....
그런 와이프가 인터넷 뒤지다가 봤는지 데스 스트랜딩 게임을 해보겠다고 나한테 말하더라.
와이프가 데스 스트랜딩에 눈길이 간 이유는 아기가 나오는 게임이라서. 바로 BB.

우리 부부는 결혼 후 1년 만에 진욱이를 낳았는데,
폐에 물이 계속 차오르는 병을 가지고 태어나서 병원에서 2개월 동안 수술과 치료를 반복하다가 결국 하늘나라로 먼저 갔음.
와이프가 집에서 안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고,
얘 눈에는 BB가 진욱이를 닮았나 봐.
그래서 1세대 구형 플스에 데스 스트랜딩 CD를 넣고 플레이하기 시작했고,
나도 퇴근하면 와이프 옆에 붙어서 같이 했음.
그런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주인공 샘도 대인기피증 비슷한 증세가 있어서 사람과 닿는 걸 꺼리는데다
게임 구성 자체가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다녀서 괜히 나도 몰입이 되었어.

근데 공포겜을 못해서 그 그림자 유령들 나오는 부분은 내가 대신 해주고 그랬음.
와이프는 주인공보다는 BB의 아버지한테 더 몰입을 했는데,
아기가 병원에서 치료를 끝마치고 세상에 나오길 희망했던 우리랑,
BB가 인큐베이터를 꼭 나와서 자유를 얻기를 간절히 바라는 그의 상황이 겹쳤기 때문일 거임.

노잼 배달을 건성건성 하다가도 이 회상씬에 들어가면 눈을 부릅뜨고 집중했는데,
클리프 아재가 BB한테 세상 이야기를 들려줄 때마다
와이프는 자기가 클리프가 된 것 마냥 BB한테 혼잣말로 계속
"넌 나올 수 있어" 이렇게 읊조리는 게 너무 측은했음.
아내가 특히 좋아하던 장면은 책을 들고 지구와 달을 아기한테 보여주는 씬인데,
플스에는 녹화 기능이 있는데 이 부분만 계속 돌려보고 그랬음.

아기가 무사히 세상에 나와서 세상을 탐험하게 해주겠다는 염원에 깊이 공감했겠지.
아무튼 그렇게 진욱이를 BB에 투영하며 꼭 자유를 얻기만을 바라며 플레이했는데 클라이맥스에 대반전이 일어남.

우리가 그렇게 열망했던,
실험실 인큐베이터에 갇혀 있던 그 아기는 이미 세상에 나와
강인한 두 다리로 세상 곳곳을 누비고 광활한 미대륙을 횡단하며 세상의 다리가 되어 있었던 거임.

와이프는 여기서 고양감을 이기지 못하고 한바탕 오열했고, 나는 그런 아내를 꼭 안아줬음.
우리가 아기한테 해주지 못했던 걸 게임에서나마 해소하며 대리만족을 얻었던 거야.
엔딩 보고 이틀 후, 와이프가 밖으로 나가겠다고 결심을 하고 현관문 밖으로 한 발자국 가는 데 성공함.
그다음 날은 엘리베이터까지, 그다음 날은 1층.
아직 세상에 다시 나오기에는 갈 길이 멀지만 대단히 중요한 한 발자국이었다고 생각해.
아마 데스 스트랜딩을 하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겠지.
대부분의 사람한테는 데스 스트랜딩은 그저 상업적인 게임이지만,
나한테 있어서는 세상과 단절된 아내를 다시 이어주는 다리가 되었다고 생각함.

되도 않는 일본어 번역기 써가며 제작자인 코지마 히데오라는 사람한테 장문의 메일을 보냈는데, 읽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