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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건넨 피자 한 조각, 7년 후 돌아온 진짜 보답
힘들 때 건넨 피자 한 조각, 7년 후 돌아온 진짜 보답

내가 21살에 피자집을 차렸거든.
어린 나이에 시작해서 되려 고지식하고 규범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 그런 게 있었어.
그게 안전하게 장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어느날 어떤 고등학생이 우리 가게를 혼자 찾아왔었거든.
교복이 주변 고등학교라 알아봤고 고등학생치고 너무 왜소한데다가 진짜 꼬질꼬질 얼핏보면 중1 정도로밖에 안 보이는 여자애가
가게 와서 스파게티만 시킬 수 있냐는 거야.
당시 사이드만 판매하는 건 거절하겠다는 나만의 룰이 있어서ᅲ 스파게티만 파는 건 안 된다고 했어.
그랬더니 여자애가 한참 고민하더니 치즈피자 스몰로 하나 달라는 거야.
내가 강박 때문에 순간적으로 단칼에 거절해 놓고도 여자애가 망설이는 그 시간이 나한텐 엄청 길게 느껴지고
몇 번을 가슴이 바닥까지 쿵 내려앉고 그랬음.
사실 우리가게가 아파트단지나 상가밀집 지역에 위치한게 아니라 완전 동 떨어진 고속도로 진입 직전에 있거든?
주변엔 진짜 타이어, 고물상 이런 거 있음.
얘가 여기까지 어쩌다 왜 걸어왔을까?
이상한 의문도 들고 지금이라도 된다고 할까?
속으로만 망설이다가 결국 말은 못 했는데 암튼 그 사이에 치즈피자 만들어달랬으니까 만들어줘야지 했지.
도우피면서 학생한테 혹시 좋아하는 토핑 있냐고 넣어 주겠다고 물어봤더니
애가 벌떡 일어나서 눈을 진짜 초롱초롱 빛내면서 진짜요?
너무 감사합니다.
제일 저렴한 걸로만 조금 넣어주세요! 이러는 거야ᅲᅲᅲᅲ
아 너 잘 걸렸다. 바로 스몰 도우 집어넣고 라지 꺼내서 불고기, 새우, 통베이컨 등
단가 비싼 것들로만 잔뜩 넣어서 피자 구웠어.
그러고 나도 점심 먹었어야 했는데 잘 됐다고 나랑 하루 점심친구 하면 되겠다.
돈 내지말고 편하게 먹어라.
그렇게 같이 피자 먹는데 원래 알던 사이처럼 연예인 얘기도 하고 유행하는 거 얘기도 하고
그 친구가 자기 미용하고 싶다는 얘기도 하고 진짜 걍 하하호호 신나게 떠들고 먹음
점심시간 다 지나서 주문도 별로 없었는데 중간에 주문이 하나 들어와서 만들다가 괜히 스파게티가 자꾸 맘에 걸리는 거야.
그래서 스파게티 하나 만들었다? 다행히 그때 찍은 사진 하나 있어ᄏᄏ

이런 스파게티는 처음 만들어봐서 찍어놨는데 이렇게 추억하게 되네.
집에 보낼 때 스파게티 쥐어주면서 뿔어도 맛있다고 나중에 먹어.
다음에 또 와 이러고 보냈는데 ,그 뒤로 오진 않았어.
가끔 생각났다는 것도 거짓말이고 그냥 어쩌다 아 이런 일도 있었지 생각날 때는 있었어.
부담스러워서 못 오겠지 이런 생각정도.
그리고 내가 저 친구 덕분에 크게 바꼈는데 이후론 사이드만 주문해도 팔겠다는 마인드로 바뀌었거든.
그 마인드 덕에 복 받은 건지 난 코로나 수혜를 진짜 직통으로 받았어.
퇴근하시는 어머니들이 스파게티나 오븐치킨이나 치킨텐더만 사가시고 그랬는데 코로나 터지면서 그 분들이
배달로 우리집 피자를 정말 많이 시켜주시는 거야.
그게 입소문이 타서 코로나 기간동안 배민 피자부문 동네 1위도 하고 그랬어ᅲᅲ
안 그래도 요즘 단골들이 배달이 아니라 픽업 자주 하시면서
그 여학생이 잠깐 생각났었거든,
오늘 7년만에 그 친구가 우리 가게를 방문한 거야.
지금 질질 짜면서 글 쓰는 중 시발.

자기 기억하냐면서 야 어떻게 기억을 못 하겠냐.
그때 만들어준 피자도 혹시 기억나냐고, 그걸로 8박스 ᄋᄋ아카데미로 배달 보내달래
불고기 피자 값으로 처리하고 새우랑 통베이컨 토핑 가격은 걍 뺏더니 영수증 보고 다시 계산하라고
고래고래 화내서 다시 계산했음.
많이 컸네! 이 생각함. 대신 친구 가고 토핑 진짜 꽉꽉 눌러담아서 보냈어.
쪽지도 남겼는데 그게 진짜 개감동인데 인터넷에 올리는 건 허락도 안 받아서 좀 그렇고,
개인적인 얘기도 있어서 올릴 수 없어. 대충 말하자면 자기가 너무 힘들었을 때 큰 위로가 됐다고
그때 그 피자맛을 잊을수가 없었대.
그때 나랑 얘기 나누면서 확신이 생겨서 알바해서 미용학원 다녔고 대학도 갔다고 그러고
지금 아카데미에서 입시 강사로 일하고 있대.
그 꼬질꼬질 했던 애기가 지금 차홍쌤처럼 멋있어져서 찾아온 게 진심 가슴이 벅 찰 정도로 울컥했음.
더 이상 피자 못 만들겠어서 엄마한테 맡기고(불효) 집 와서 질질 짜며 글 쓰는 중 임.
나에게 어찌 이런 일이ᅲᅲᅲ
자영업하면서 좃같은 인간도 많았지만 오늘만큼은 인류가 너무 고귀하고 아름답게 느껴져ᄏᄏᄏᄏᄏ
살다보니 이런 감동적인 일도 겪는구나.
삶의 가치가 있어 너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