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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전에 맞은 내 영광의 시대는 지금이다

Profile surisuri
lv.114
일상
조회 97 댓글 0 좋아요 0 2025.11.02

나는 한 번도 무언가에 미쳐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생산적이거나 발전적인 일에 몰입해본 적도, 땀 흘리며 성취감을 느껴본 적도 없었다.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산다’ —
영화 올드보이의 오대수처럼, 나 역시 그런 자조적인 인생을 살아왔다.
공부도 대충 해서 성적 나오는 대로 지방대 들어갔고, 학점도 대충 받아 졸업했다.
취업도, 회사 생활도, 그저 “그럭저럭”이라는 말로 포장된 대충의 연속이었다.


늘 냉소적이었다.
열심히 사는 사람을 보면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뭐 저렇게 오바를 해? 어차피 100년도 못 살 인생인데, 편하게 살지...”

그게 내 인생 철학이자 방패였다.
“대충 살면 상처도 덜 받는다.”
그렇게 믿었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공포라는 걸 느낀 날이 있었다.
다니던 회사의 매출이 급감했고, “곧 문 닫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1차 구조조정 명단에 상사 몇 명이 이름을 올렸고, 하루아침에 그들의 자리가 사라졌다.

그 순간 본능적으로 알았다.

다음 차례는 나다.

회사 입장에선 성과도 없고 연차만 쌓인 나야말로, ‘정리 1순위’였다.
그날 이후 처음으로, 내 목덜미에 칼날이 닿는 기분을 느꼈다.


살아야 했다.
이력서를 50군데 넘게 넣었지만, 단 한 통의 연락도 오지 않았다.
당연했다.
내세울 학력도, 경력도, 자격도 없는 ‘껍데기뿐인 인생’이었으니까.

자존감은 무너졌고, 처음으로 내 인생을 진심으로 자책했다.
그 시절, 매일 술자리에서 신세한탄만 늘어놓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대로면 정말 끝이구나.”


그날 이후, 나는 결심했다.
‘인생 제2막’을 준비하자.

20년 만에 다시 책을 폈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공부가 아닌,
살기 위해 — 진심으로, 처음으로 스스로 선택한 공부였다.

퇴근 후엔 새벽 1시까지 책상 앞을 떠나지 않았고,
주말엔 도서관에서 버서커 모드로 책을 파고들었다.
플스 패드를 잡던 손이 펜을 쥐기 시작했다.
공포가 나를 공부시켰고, 절박함이 나를 일으켰다.


그 결과,
국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노력의 대가’를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이력서를 다시 돌렸더니, 이번엔 연락이 폭주했다.
그때, 회사를 떠날 희망퇴직 대상자 명단에 내 이름이 올랐다.
이상하게도 두렵지 않았다.

“이젠, 믿는 게 있으니까.”

그렇게 나는 과거의 직장을 뒤로하고, 새로운 회사로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내 인생의 두 번째 막이 올랐다.


새 직장에서 처음으로 감사패를 받았다.
살면서 받아본 트로피라곤 블러드본 플래티넘 트로피뿐이었는데,
그보다 더 짜릿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기분’이란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그 순간, 나는 느꼈다.

인생이 바뀌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힘이 내 등을 밀어주고 있었다.


그 후로, 내 머릿속엔 한 문장이 자리잡았다.

“남보다 뛰어난 사람이 위대한 게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나은 사람이 진짜 위대한 사람이다.”

그 문장을 마음에 새기고,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올해 초,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북산의 다섯 친구들도 결국 모두 농구로 성공하지는 못하겠지.
하지만 언젠가 늙어 인생을 마무리하는 순간,
그들은 한때 코트 위에서 찬란히 빛났던 순간을 떠올리며
웃을 수 있을 거다.

그 장면이 나를 강타했다.

“나도 내 인생의 코트를 하나 만들어야겠다.”

그래서 결심했다.
언젠가 눈을 감을 때, “그래도 이건 해냈다”
라고 미소 지을 수 있는 한 가지 업적을 남기기로.


그리고 지금,
그 목표는 전기안전기술사다.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산왕공고 앞의 북산처럼,
나도 내 인생의 거대한 산에 도전하려 한다.
한 번뿐인 인생,
비록 백 살을 못 산다 해도,
한 번쯤은 내 모든 걸 불태워보자.


요즘도 주말이면 도서관에 간다.
친구들은 묻는다.

“야, 이제 좀 자리 잡았으면 편하게 살아. 왜 또 고생을 사서 해?”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난 지금입니다.”


🔥 인생 후반전에 맞은 내 영광의 시대는 지금이다.
대충 살던 인생대충러가 드디어,
진짜 ‘불태우는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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