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추천

흙수저로 태어난 나의 이야기

Profile surisuri
lv.114
감동
조회 40 댓글 0 좋아요 0 2025.10.26

흙수저로 태어난 나의 이야기

나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엄마는 나를 낳고 집을 떠났고,
아빠는 갓난아기였던 나를 먹여 살리려고 노가다판을 전전하다가
내가 여섯 살 때, 사고로 세상을 떠나셨다.

의지할 친척도 없어 결국 보육원에 맡겨졌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엔 ‘고아’라고 놀림을 많이 받았다.
그래도 고등학교에 가면 새로운 친구들이 생길 거라 믿고 버텼다.

하지만 그 동네가 그 동네인지라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몇몇 아이들이 다시 같은 반이 되었다.
소문이 퍼지면서 또다시 따돌림을 당했다.
결국 견디지 못하고 자퇴했다.

검정고시를 보고 합격증을 받았을 때,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수녀님이 나를 꼭 안아주시며 “정말 잘했어요” 하실 때
그 품이 너무 따뜻했다.

스무 살이 되자마자 부사관으로 지원했다.
군 생활은 정말 힘들었다.
화생방 병과에 배치되어 매일 후회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선택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아무런 배경도, 인맥도 없는 내가
꾸준히 공부하며 야간대학을 다니고 학사 학위를 땄다.
주임원사님이 “너 장기복무 한번 생각해봐라.
그럼 석박사 과정도 지원할 수 있어”라고 조언해주셨다.

평소엔 부사관 시키려고 애쓰던 분이
“너 같은 애는 차라리 사회에 나가서 스펙을 쌓는 게 낫다”
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고 처음엔 ‘내가 못나서 그러시나’ 싶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진심 어린 걱정이었다.
그분은 정말 아버지처럼 나를 챙겨주셨다.

주임원사님께는 아들과 딸이 있었는데
나보다 두 살, 한 살 많았다.
종종 집에 초대받아 식사도 하고,
그 집 형과 누나와도 가족처럼 지냈다.
사랑받으며 자란 사람들이라 그런지
사랑을 주는 법을 아는 분들이었다.

형, 누나 결혼식에도 참석했고
아이들이 생긴 뒤엔 가족 모임에도 함께했다.
어느 날 셋이서 맥주 한잔하며 이야기하다가
형이 말했다.
“아버지가 널 아들처럼 생각하시는 만큼,
나도 널 진짜 동생처럼 생각해.”
그 말을 듣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날 처음으로 ‘가족이 생겼다’는 느낌을 받았다.


31살, 나는 중사로 전역했다.
석사 학위까지 따고 나서 사회로 나왔다.
국방전직교육원에서 취업 설명회를 보는데
‘이게 맞는 선택이었나’ 싶기도 했다.
그래도 퇴직금 포함 1억 5천 정도를 모아
어딘가 정착해보고 싶었다.

고시원에서 3개월 정도 살며 취업 준비를 했다.
부사관 출신이라고 하면 시선이 곱지 않았지만,
운 좋게 중견 화장품 회사 연구직으로 취업하게 되었다.

전세집을 계약하고 이삿날,
짐이라고 해봤자 옷 몇 벌, 컴퓨터, 침대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텅 빈 방에 앉아 있으니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아버지가 문득 떠올랐다.

그날 주임원사님께 전화를 걸었다.
“저 이제 취직도 했고, 전세지만 제 집이 생겼어요…”
그러다 울음이 터졌다.
형, 누나에게도 전화해서 엉엉 울었다.

그 주 금요일,
주임원사님 가족과 형, 누나, 조카들이 모두 내 집으로 놀러 왔다.
“삼촌, 삼촌!” 하며 뛰노는 조카들 덕에
조용하던 집이 활기로 가득 찼다.
그날따라 세상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모두가 돌아간 뒤, 텅 빈 거실을 바라보는데
왠지 모르게 또 아버지가 생각났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데, 그리움이 밀려왔다.


시간이 흘러 나는 결혼했다.
회사도 다니고, 좋은 사람을 만나 사랑하게 되었다.
결혼식 날, 혼주석에는 주임원사님이 앉아주셨다.
“우리 막내아들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 편지를 읽으실 때, 나도 모르게 “충성!” 하고 외쳤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아내는 내 과거를 다 알고 있었다.
“당신이 좋은 사람이니까,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었던 거예요.”
그 말이 마음을 울렸다.

이제 나는 내일 신혼여행을 간다.
돌아보니 내가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건
언제나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지금 힘들더라도, 진심으로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으면
분명 누군가가 당신의 손을 잡아줄 거다.

올해는 꼭 원하는 일들 다 이뤄내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댓글 0개

i
로그인하시면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엄마가 수천 번 선을 그어준 이유, 말하지 못하던 아이가 처음 쓴 숫자 ‘2’
행복 ·
Profile
surisuri
· 26.09.24 · 15 0 0
요양원에서 마지막을 지켜보며 깨달은 것, 사람들은 죽기 전에 무엇을 후회할까
건강 ·
Profile
surisuri
· 26.09.14 · 21 0 0
엄마와 나 가난했던 어린 시절, 엄마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
행복 ·
Profile
surisuri
· 26.08.07 · 64 0 0
데스 스트랜딩이 바꾼 우리 부부의 인생, 세상 밖으로 나온 아내의 첫걸음
사랑 ·
Profile
surisuri
· 26.06.27 · 78 0 0
목운동, 자주 하시나요? 3개월 실천 후 느낀 변화
건강 ·
Profile
surisuri
· 26.06.03 · 108 0 0
10년 만에 Xbox를 켰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다시 만났습니다.
슬픔 ·
Profile
surisuri
· 26.06.03 · 91 0 0
매년 30억 쓰고 젊어지려던 억만장자가 강조한 5가지
건강 ·
Profile
surisuri
· 26.05.26 · 108 0 0
위층 노부부가 집을 3300만 원에 팔겠다고 했다… 그들의 마지막 부탁
슬픔 ·
Profile
surisuri
· 26.04.26 · 211 0 0
한강 굿판 음식 먹던 소년, 월드컵 영웅이 되다 – 안정환 레전드 인생 이야기
자유 ·
Profile
surisuri
· 26.04.19 · 167 0 0
자영업 10년, 폐업 그리고 다시 시작…10년 장사의 끝에서 다시 시작하다
행복 ·
Profile
surisuri
· 26.04.15 · 155 0 0
사춘기 아이와 게임으로 매일 싸운다면? 부모가 먼저 알아야 할 양육 해법
일상 ·
Profile
surisuri
· 26.02.26 · 186 0 0
눈물을 마시는 새 — 한국 판타지의 정점이라 불리는 이유
취미 ·
Profile
surisuri
· 26.02.25 · 214 0 0
소꿉친구 누나랑 썸 타다 결혼했습니다
사랑 ·
Profile
surisuri
· 26.02.21 · 113 0 0
옆팀 과장님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직장 내 썸, 이거 고백해도 될까요?
사랑 ·
Profile
surisuri
· 26.02.20 · 149 0 0
오빠와 18살 차이나는 여동생의 성장기, 어느새 이렇게 컸다
행복 ·
Profile
surisuri
· 26.02.11 · 128 0 0
가난의 온도가 미지근하다는 걸 그때 알았다
행복 ·
Profile
surisuri
· 26.02.11 · 95 0 0
타게 엘란데르의 대화와 타협으로 만든 기적 - 스웨덴 복지국가의 탄생
인물 ·
Profile
surisuri
· 26.02.04 · 133 0 0
사물함 쪽지 하나로 시작된 인생 역전 로맨스
사랑 ·
Profile
surisuri
· 26.02.04 · 131 0 0
힘들 때 건넨 피자 한 조각, 7년 후 돌아온 진짜 보답
행복 ·
Profile
surisuri
· 26.02.01 · 140 0 0
중환자실에서 실제로 일어난 이야기: 사랑이 붙잡은 마지막 48시간
사랑 ·
Profile
surisuri
· 26.02.01 · 113 0 0
『나의 완벽한 장례식』 죽음을 이야기하는데 마음이 따뜻해진다.
일상 ·
Profile
surisuri
· 26.01.29 · 121 0 0
지금 시작하는 당신도, 전혀 늦지 않았습니다
시사 ·
Profile
surisuri
· 26.01.28 · 112 0 0
센스 있는 결혼식 주례사 예문… 요즘 결혼식 센스 있는 주례 멘트
사랑 ·
Profile
surisuri
· 26.01.27 · 98 0 0
심야버스에서 만난 낭만 아재, 아직 세상은 괜찮다고 느낀 순간
자유 ·
Profile
surisuri
· 26.01.26 · 129 0 0
공무원 시험을 그만두고 공사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일상 ·
Profile
surisuri
· 26.01.26 · 104 0 0
아버지와 처음 밤을 새운 날, 디아블로2가 남긴 어린 시절의 추억
추억 ·
Profile
surisuri
· 26.01.26 · 116 0 0
돌봄 사각지대에 있던 초등학생, 도서관 선생님이 건넨 100권의 책
감동 ·
Profile
surisuri
· 26.01.25 · 30 0 0
한국 AI 생태계 및 국가 주도 소버린 AI 이니셔티브 현황
지식 ·
Profile
surisuri
· 26.01.25 · 60 0 0
엄마를 떠나보낸 뒤 7년, 딸이 엄마에게 보내는 가장 늦은 편지
사랑 ·
Profile
surisuri
· 26.01.24 · 138 0 0
열심히 사는데 왜 나만 제자리일까? 청년들이 반드시 넘어서야 할 단 하나의 약점
시사 ·
Profile
surisuri
· 26.01.24 · 90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