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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국무총리까지, 이해찬이 걸어온 민주주의의 길
감옥에서 국무총리까지, 이해찬이 걸어온 민주주의의 길

민주주의의 현장에서 출발한 정치인
이해찬(李海瓚, 1952년 7월 10일~2026년 1월 25일) 상임고문께서는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에서 민주주의의 궤적을 온몸으로 살아내신 인물이셨습니다. 권력의 중심에서 출발한 정치인이 아니라, 거리와 감옥, 재야의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배운 분으로 정치에 입문하셨고, 끝내 국가 운영의 최정점까지 책임지셨던 보기 드문 정치인이셨습니다.
군사독재에 맞선 학생운동과 재야 활동
충청남도 청양에서 태어나신 이해찬 상임고문께서는 용산고등학교를 졸업하신 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 진학하셨으나, 군사독재에 맞선 학생운동에 투신하시며 학업의 길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투옥되시는 등 혹독한 시기를 겪으셨고, 그 결과 대학 졸업까지는 무려 14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간은 단절이 아니라 축적의 시간이었습니다. 돌베개 출판사 창업에 참여하시고, 앰네스티 한국지부 활동을 통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며 재야 민주화 운동가로서의 정체성을 굳건히 다져오셨습니다.
제도 정치로의 진입과 국회에서의 입지
1987년 한겨레신문 창간발기인으로 참여하신 뒤, 이듬해 평화민주당 소속으로 제13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시어 서울 관악구에서 당선되며 본격적인 제도 정치에 입문하셨습니다. 이후 관악구에서 5선을 지내셨고, 2012년에는 세종특별자치시에서 당선되시어 제20대 국회까지 총 7선 국회의원을 역임하셨습니다. 단 한 번도 선거에서 패배하지 않으신 기록은, 지역과 시대의 요구를 누구보다 정확히 읽어내셨음을 보여줍니다.
정부 요직과 여당 지도부에서의 역할
정부와 당에서의 역할 또한 매우 중대하셨습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교육부 장관으로 재직하시며 교육 개혁을 추진하셨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무총리로 임명되시어 참여정부의 국정 운영을 실질적으로 이끄셨습니다. ‘실세 총리’라는 평가는 그만큼 막중한 책임과 역할을 수행하셨음을 의미합니다. 정당 내에서는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열린우리당 창당의 핵심 인사, 민주통합당 대표,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두루 역임하시며 비호남 개혁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맡아오셨습니다.
전략가이자 원로 정치인으로서의 자리
이해찬 상임고문께서는 스스로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구조를 만들고 인재를 세우는 정치인으로 평가받으셨습니다. 진보·중도 진영의 핵심 전략가이자 조정자로서, 이른바 ‘킹메이커’ 역할을 수행하셨으며, 정치의 방향과 균형을 고민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정계 은퇴와 민주주의 원로로서의 삶
2020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임기를 마치시며 “32년 정치 생활을 마감한다”고 밝히시고 정계 은퇴를 선언하셨습니다. 이후에는 당 상임고문으로서 상징적인 역할을 이어가시며, 직접적인 정치 활동보다는 민주주의의 방향과 가치에 대해 조언하는 원로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셨습니다. 재야에서 출발해 국회와 정부, 여당 지도부를 모두 경험하신 삶은 한국 민주주의의 성장 과정 그 자체였습니다.
마지막까지 이어진 공적 책임
고인의 마지막 또한 공적 책무의 연장선에 있었습니다. 2025년 11월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취임식에서 “포용과 통합, 연대를 통해 새로운 평화통일의 공간을 창조해야 한다”고 강조하시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활동을 주도하셨습니다. 그러나 2026년 1월 22일, 민주평통 아태지역회의 운영위원회 참석을 위해 베트남 호찌민에 도착하신 뒤, 이튿날 아침 호흡 곤란 증세로 현지 병원에 긴급 이송되셨습니다. 심근경색 진단 후 스텐트 시술을 받으셨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시고, 1월 25일 오후 2시 48분(현지 시각), 향년 74세로 별세하셨습니다.
민주주의를 향한 헌신, 그리고 남겨진 의미

이해찬 상임고문의 생애는 타협 없는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제도 안에서 이를 구현하고자 했던 치열한 노력의 연속이었습니다. 완벽한 정치인이기보다는, 시대의 요구 앞에서 책임을 피하지 않으셨던 정치인이셨습니다. 거리에서 시작된 발걸음은 국정의 중심을 거쳐 다시 민주주의의 원칙으로 되돌아왔습니다.
평생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이해찬 상임고문의 노고를 깊이 기리며, 고인께서 남기신 가치와 뜻이 이 땅의 민주주의 속에서 오래도록 살아 숨 쉬기를 기원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