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버스에서 만난 낭만 아재, 아직 세상은 괜찮다고 느낀 순간
아까 물류센터 알바하고 심야버스 타고 집에 오는데, 멋있는 사람을 봤다.

너네도 야간 물류하면
셔틀이나 심야버스 탈 텐데,
나는 셔틀이 우리 집 근처를 안 돌아서
걸어서 심야버스를 타거든.
근데 그거 타다 보면 진짜로
카드 찍고 “잔액이 부족합니다” 뜨는 사람들 많이 본다.
어떤 할머니는 지하철에서 야채 파는 분 같은데,
맨날 카드 찾는 척하다가 돈 안 내고 내리고.
심야버스라는 게 대부분
대리기사들도 많이 타고,
나처럼 물류 뛰는 사람도 많이 탄다.
돈 있으면 택시 불러서 플렉스하지.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한 학생(남자 대학생으로 보임)이
카드 찍는데 잔액이 부족합니다 뜨더라.
근데 진짜 돈이 없는 것 같았음.
“죄송합니다, 다음 역에 바로 내리겠습니다.”
메소드 연기가 아니라 정말 잔액을 몰랐던 듯.
심야버스가 2,650원인가 그럴 텐데,
사람들은 이미 만석이었고.
물론 대신 내주는 게 착한 거지,
내줄 의무는 없잖아.
까놓고 남남이고,
심야버스 타는 사람들 다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이잖아.
근데 다음 정거장 내리기 전에
한 아재가
“현금 요금 얼마죠?” 하니까
기사가
“당신이 내실 건가요?” 하더라.
그러더니 현금 만 원을 넣으면서
“이 친구 포함해서 앞으로 두 명만 좀 태워주세요.
요즘 춥잖아요.”

하고 쿨하게 다음 역에서 내리더라.
내 옆자리에 앉아 있어서 우연히 폰을 봤는데,
대리기사였는지 콜 잡고 있더라.
아재, 낭만이 있었다.
멋있었어요, 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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